한지탐 [02-03] 배달이 바꾸는 세상
학습목표: 모빌리티와 모바일, 빅 데이터, 플랫폼의 결합이 시⋅공간 활용에 미치는 영향을 설명하고, 모빌리티 공유서비스가 일상생활에 미친 영향과 문제점을 조사해 대안을 제시한다.
진로: 모바일앱개발자, 데이터마이너, 빅데이터전문가, 스마트도시전문가, 도시및교통설계전문가
핵심 아이디어아래와 같이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배달, 배송, 킥보드처럼 앱으로 연결되는 서비스들이 우리의 시간 쓰는 방식과 공간 활용을 바꾸고 있다
- 어떤 지역은 배달이나 배송이 잘 되고, 어떤 곳은 그렇지 않다. 이런 차이가 동네의 모습과 상권까지 바꾸고 있다
- 공유 모빌리티와 같은 새로운 이동 수단은 우리가 도시를 다니는 방식뿐 아니라, 도시의 모습도 새롭게 만들고 있다.
- 배달이 늘어나면, 도시 공간은 어떻게 달라질까? 배달앱, 위치 기반 서비스, 배달 가능 지역 등은 도시의 상권, 골목길, 임대료, 이동 경로까지 바꿔 놓고 있다.
- 요즘 '우리 동네'는 어떻게 정해지는 걸까? 당근마켓, 번개장터처럼 디지털 플랫폼이 '동네의 범위'와 '소속감'을 새롭게 만들고 있다.
- 공유 킥보드나 자전거는 도시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따릉이, 킥고잉 등 공유 모빌리티는 짧은 거리 이동, 골목길 이용, 시간대별 혼잡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얼마나 자주, 어떤 경로로 이런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을까? 그리고 이런 서비스는 누구에게는 더 편하고, 누구에게는 불편할까?
- 도시 외곽 물류센터는 왜 이렇게 많아졌을까? 빠른 배송을 위해 도시 외곽에 거대한 물류센터가 들어서고, 그 주변의 토지 이용, 교통 흐름, 새벽 시간의 리듬까지 변화하고 있다.
이 단원을 시작하며: 디지털 기술은 공간을 어떻게 바꾸는가?
오늘날 우리는 플랫폼, 모바일, 빅데이터, 모빌리티 같은 기술을 통해 일상을 살아가고 있다. 음식을 시킬 때도, 이동할 때도, 쇼핑할 때도 이 네 가지 기술이 함께 작동한다. 이들은 단지 생활을 편리하게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우리가 시간을 쓰는 방식, 이동하는 경로, 동네를 인식하는 방식, 그리고 도시의 구조 자체를 바꾸고 있다. 이 단원에서는 이 네 가지 핵심 개념이 어떻게 연결되어 도시 공간을 변화시키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 플랫폼 다양한 사용자들이 서로 만나고 상호작용할 수 있는 디지털 공간을 의미한다.
예: 배달의민족(소비자-음식점), 카카오택시(승객-운전자), 당근마켓(이웃 간 거래) - 모바일 스마트폰, 태블릿과 같이 이동 중에도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기이다.
예: 배달앱, 택시앱, 중고거래앱 등 대부분 플랫폼은 모바일 기반이다. - 빅데이터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의미하며, 이를 분석하면 사용자의 행동 패턴, 선호도, 위치 등을 파악할 수 있다.
예: 자주 주문하는 음식, 선호하는 지역, 특정 시간대 수요 예측 - 모빌리티 사람이나 물건이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이동하는 것 또는 그 수단을 말한다.
예: 공유 자전거, 전동 킥보드, 카셰어링, 자율주행차 등은 새로운 모빌리티의 형태이다.
1. 배달이 도시를 바꾸다.
탐구 질문
- 배달 서비스는 도시의 공간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 배달이 잘 되는 지역과 그렇지 않은 지역은 어떤 차이를 보이고 있을까?
물리적 거리보다 디지털 접속 가능성이 공간을 정의
요즘 우리는 휴대폰 앱 하나로 음식을 주문하고, 몇 분 만에 배달을 받는 것이 익숙한 일상이 되었다. 이처럼 배달 플랫폼, 모바일 기술, 그리고 빠른 이동을 가능하게 하는 모빌리티 서비스가 결합되면서 도시 공간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특히 음식 배달 플랫폼인 배달의 민족, 쿠팡이츠와 같은 서비스는 도시를 ‘배달 가능성’이라는 기준으로 다시 그려내고 있다. 예를 들어, 모바일 앱에서 특정 음식점이 ‘배달 가능’으로 표시되어 있는 지역은 서비스 이용자와 연결될 수 있는 가시적인 공간이 되고, 반대로 배달이 되지 않는 지역은 플랫폼상에서 보이지 않는 공간이 된다.
디지털 중심지 = 배달 핫존(hot zone)
배달 플랫폼은 이용자의 주문 내역과 위치 정보를 분석하여 수요가 많은 지역을 파악하고, 이곳을 ‘배달 존(delivery zone)’으로 지정한다. 이 지역에는 광고나 할인 쿠폰이 집중되고, 음식점들도 점점 더 이곳에 입점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이렇게 형성된 서울의 홍대, 성수동, 강남 등은 ‘배달 핫존(hot zone)’으로 불리며, 디지털 서비스의 중심 공간으로 자리 잡고 있다. 반면, 배달이 잘 되지 않는 지역은 서비스에서 소외되며, 플랫폼 경제의 주변부로 남게 된다. 이처럼 공간 간 차별화가 발생하고, 서비스 접근성의 격차가 도시 공간의 불균형으로 이어진다.
도시를 바라보는 두 시선: 소비자 vs. 라이더
- 시간적 리듬 도시 공간이 시간에 따라 다르게 사용되는 반복적이고 예측 가능한 패턴
배달을 수행하는 라이더의 입장에서 도시 공간은 소비자와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인식된다. 소비자는 음식을 주문하고 기다리기만 하면 되지만, 라이더는 매 주문마다 위치 기반 앱을 통해 가장 빠른 경로를 안내받고, 그 지시에 따라 도시를 누빈다. 이때 도시 공간은 더 이상 단순히 ‘거리 중심’으로 보이지 않는다. 즉, 도심에서 얼마나 떨어졌는지, 행정구역상 어디에 속하는지 같은 전통적인 기준보다, 얼마나 빨리 갈 수 있는지, 지금 이 순간 이동 흐름이 어디로 집중되는지가 더 중요하게 작동한다. 예를 들어, 점심시간이나 저녁 피크타임에는 배달 주문이 몰리면서 특정 지역의 도로와 골목에 오토바이가 집중된다. 이런 현상은 도시의 시간적 리듬을 바꾸고, 원래는 한산하던 골목이나 도로가 특정 시간대에만 붐비는 새로운 공간 사용 패턴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알고리즘, 사용자의 클릭, 라이더의 이동 데이터는 도시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보이지 않는 지도처럼 작동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는 단지 사람과 건물이 있는 공간이 아니라, 데이터 흐름과 알고리즘에 따라 끊임없이 재조직되는 ‘디지털 도시’로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쿠세권과 지역차 - 디지털 배송 서비스가 공간 가치를 바꾼다?
요즘은 ‘쿠세권(쿠팡)’, ‘컬세권(마켓컬리)’, ‘쓱세권(SSG닷컴)’처럼 디지털 플랫폼의 배송 서비스가 가능한 지역을 기준으로 일상 생활의 편의성이 구획되고, 그 범위 안팎이 공간의 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예를 들어, 쿠팡의 새벽 배송 가능 지역은 전체 인구의 약 74%를 포함하지만, 국토 면적으로는 약 16%에 불과하다. 이는 민간 기업이 수익성과 운영 효율성을 고려해 설정한 서비스 권역이기 때문에, 공공 서비스에서 말하는 ‘공간적 형평성’과는 구분해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러한 서비스의 가능 여부가 삶의 질, 일상의 선택지, 생활 속 이동과 소비의 흐름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공간적 기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이는 단순한 기업 전략이 아닌 플랫폼 기반 도시생활의 새로운 공간 구조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단서를 제공한다. 이처럼 디지털 플랫폼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유형의 공간적 불균형은 전통적인 공공서비스 접근성의 차원을 넘어, 거주지에 따른 일상적 기회의 격차로 이어질 수 있다. 이는 공공 서비스 영역 밖에서 발생하는 공간적 불평등의 사례로, 민간 플랫폼 기반의 공간 격차에 대해 주목할 필요가 있다.
배달이 늘어나면, 동네는 어떻게 바뀔까?
배달앱 사용의 증가는 상권의 변화를 가져왔다. 그동안 상가에서 가장 좋은 입지는 유동인구가 많은 1층이었다. 그만큼 임대료도 비쌌다. 하지만 코로나 이후 모임이 줄고, 배달 수요가 상대적으로 증가함에 따라 유동성이나 1층에 대한 매력이 감소하게 되었다. 1층을 떠난 매장들을 어디로 이동했을까?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에서 타코 가게를 운영하는 이모(48)씨는 “이전에는 사람이 많이 몰리는 역세권이나 1층을 찾았는데 지금은 눈에 띄지 않는 좁은 골목이어도 오토바이만 들어올 수 있으면 매출에 큰 상관 없다”며 “월세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것도 장점”이라고 말했다. 아예 방문 고객을 위한 공간을 없애고 배달 고객만을 위한 매장도 늘었다. 아웃백 스테이크 하우스도 2019년 4곳에 불과했던 배달 전용 매장이 지난해 40곳으로 크게 늘었다. 하나의 주방에 여러 음식점이 입점하는 공유 주방(Shared Kitchen)까지 생겼다.
배달 앱이 바꾸는 상권의 원리
우리가 흔히 말하는 상권이란, 특정 상점이나 시설이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이용자들이 찾아오는 공간적 범위를 의미한다. 전통적인 지리학에서는 이 상권의 크기와 형태를 설명하기 위해 '재화의 도달 범위’와 ‘최소요구치’라는 두 가지 개념을 사용한다. 예를 들어 편의점의 경우,
- 재화의 도달 범위(range)는 사람들이 편의점을 이용하기 위해 기꺼이 이동하려는 최대 거리이고,
- 최소요구치(threshold)는 그 편의점이 유지되기 위해 확보해야 하는 최소한의 고객 수 혹은 이윤을 뜻한다.
이러한 개념에 따르면, 어떤 상점이 성공적으로 운영되기 위해서는 그 상점의 도달 범위 내에 충분한 수요(최소요구치)가 존재해야 한다. 따라서 과거에는 사람들이 직접 이동해야 했기 때문에, 상권은 주로 도보권이나 차량 이동 거리 내에서 형성되고, 인근 상점끼리만 경쟁하는 구조였다. 하지만 배달 앱의 등장은 이 상권 구조에 큰 변화를 가져왔다. 소비자가 직접 이동하지 않아도 되는 배달 서비스의 확산으로, 거리가 먼 음식점이나 상점도 경쟁 상권에 포함되는 일이 빈번해졌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경기도 서판교 주민들이 주로 자신이 사는 지역 내의 치킨집이나 중국집에서만 주문할 수 있었다면, 지금은 배달 앱을 통해 판교역, 서현, 수내 등 인근의 더 넓은 지역의 가게들에서도 주문이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전통적으로 물리적 거리 중심으로 형성되던 상권 구조가 플랫폼 기반의 배달 네트워크에 따라 재조직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 결과, 예전에는 별개의 상권으로 여겨졌던 지역들이 디지털 배달망을 통해 하나의 연결된 상권처럼 작동하게 되었으며, 상점 간 경쟁 역시 공간적으로 중첩되고 확장된 형태로 전환되고 있다.
- 배달 서비스는 전통적인 상권을 확장하고 연결함
- 물리적 거리보다 배달 가능성이 더 중요한 기준이 됨
- 서로 다른 지역 상권이 하나의 디지털 상권 네트워크처럼 작동
배달 앱이 만들어낸 디지털 맛집 지도
배달 앱의 확산은 단지 상권의 범위를 확장시키는 것에서 그치지 않는다. 앱을 통해 이전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던 ‘지역 맛집’이 새롭게 주목받는 현상도 나타났다. 예를 들어, 오프라인 유동 인구가 많지 않아 주목받지 못했던 음식점이 배달 앱 리뷰와 평점, 노출 알고리즘을 통해 '숨은 맛집'으로 알려지며 주문량이 급증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업적 변화가 아니라, 지역 공간에 대한 인식과 평가 자체를 바꾸는 과정이라고도 볼 수 있다. 즉, 디지털 플랫폼은 물리적 거리와 무관하게 지역에 대한 새로운 상상과 재해석의 기회를 제공하고 있는 것이다.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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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디지털 플랫폼 시대의 장소 정체성: '우리 동네'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탐구 질문
- 우리가 인식하는 ‘우리 동네’는 어떻게 결정되는가?
- 디지털 플랫폼이 공간적 소속감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주요 개념 및 설명
- 장소 정체성 물리적 환경, 개인적 경험,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합되어 형성되는 공간에 대한 소속감.
- 디지털 동네 위치 기반 플랫폼이 설정한 반경 안에서만 관계와 거래가 이루어지는, 기술적으로 형성된 ‘동네’.
- 하이퍼로컬(hyper-local) 직접 갈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생활 범위, 예: ‘슬세권’
디지털 플랫폼이 재구성하는 우리 동네
예전에는 ‘우리 동네’라는 말이 익숙하게 사용되었고, 집 주변 몇 블록 안팎이나 같은 행정동이 그 범위라고 생각되었다. 하지만 요즘은 그 ‘동네’의 범위가 우리가 어떤 앱을 쓰느냐에 따라 달라지기도 한다. 예를 들어,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같은 위치 기반 커뮤니티 플랫폼은, 사용자가 사는 동네를 앱이 정한 반경 안에서만 작동하게 만든다. 즉, 실제 거리는 똑같아도 어떤 플랫폼에 접속하고 있느냐에 따라 '우리 동네'의 경계와 모습이 달라지는 것이다.
디지털 시대의 장소는 어떻게 구성되는가?
이러한 현상은 단지 편리한 거래나 정보 공유의 문제를 넘어서, ‘장소’가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지리학적 질문을 던지게 만든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장소(place)란 단순한 위치나 물리적인 공간이 아니다. 장소는 사람들이 경험하고, 의미를 부여하고, 소속감을 느끼는 공간이다. 같은 골목이라도 그 안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어떤 관계가 형성되는지에 따라 그곳은 '장소'가 된다.
지리학자 에드워드 렐프(Edward Relph)는 이를 ‘장소 정체성(place identity)’이라고 설명했다. 그의 이론에 따르면, 한 장소의 정체성은 물리적 환경, 개인적 경험, 사회적 상호작용이 결합될 때 형성된다. 그런데 요즘은 이 세 가지 요소가 디지털 플랫폼 안에서 구성되기도 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예컨대, 당근마켓에서는 사용자 인증을 통해 정해진 반경(예: 반경 4km) 안에서만 거래와 커뮤니티 활동이 가능하다. 누군가는 아파트 단지 내에서 자전거를 무료로 나눔하고, 누군가는 반려동물 실종을 알리며, 동네 카페를 추천한다. 이런 활동 속에서 사용자들은 리뷰, 게시글, 채팅 등 디지털 상호작용을 통해 그 공간에 대한 경험과 감정을 공유하고, ‘디지털 우리 동네’에 소속감을 갖는다. 이는 곧 디지털 플랫폼이 장소성의 새로운 기반이 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실제로 당근마켓은 ‘당신 근처의 마켓’이라는 이름처럼, 전국을 약 6,500개의 구역으로 나누고, ‘우리 동네’라는 개념을 기술적으로 구현하고 있다. 당근의 창업자들은 창업 초기에 “우리 동네의 범위는 어디까지일까?”라는 질문에서 출발해, 차로 10분 이상 이동해야 하는 거리는 제외하고, 한강이나 남산 같은 지형지물, 대중교통 연결성 등을 고려해 동네를 잘게 쪼갰다. 이는 단순한 설정이 아니라, 사용자들이 실제 생활 속에서 경험하는 하이퍼로컬(hyper-local) 감각을 반영한 전략이다. 하이퍼로컬이란 ‘슬리퍼 끌고 갈 수 있는 거리’ 정도의 일상 생활권을 의미하며, 이는 정서적 소속감과 플랫폼 사용 경험을 동시에 강화시킨다. 이러한 플랫폼 전략은 장소 정체성의 구성 방식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즉, 과거에는 지역의 경계나 행정구역이 장소 정체성의 기준이었다면, 이제는 플랫폼이 정한 기술적 반경과 사용자 경험이 새로운 장소성을 만들어내고 있다.
하지만 이 ‘동네’는 플랫폼이 설정한 기준에 따라 작동하기 때문에, 같은 물리적 공간이라도 사람마다 다르게 경험될 수 있다. 예를 들어, A씨는 당근마켓에서 전주시 덕진구의 일부 지역과 연결되어 있고, B씨는 같은 덕진구에 살아도 다른 범위의 이용자 그룹에 속할 수 있다. 이처럼 디지털이 장소의 범위를 정하고, 사용자들은 그 안에서 관계를 맺고 감정을 쌓으며 새로운 장소성을 체험하게 된다.
3. 공유 모빌리티와 도시 이동 방식의 변화
탐구 질문
- 공유 모빌리티는 도시 공간의 이용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을까?
- 공유 모빌리티 서비스는 모두에게 이롭게 작동하고 있을까?
주요 개념 및 설명
- 공유 모빌리티 자전거, 킥보드, 차량 등을 소유하지 않고 앱을 통해 이용하는 교통 방식.
- 모빌리티 허브: 다양한 교통수단을 연결하는 거점 공간으로, 교통 효율성과 연계를 극대화하는 인프라.
공유 모빌리티란?
지하철에서 내려 앱을 켜면 바로 근처에서 따릉이나 킥고잉 전동 킥보드를 찾을 수 있다. 이처럼 우리의 이동 방식은 차를 소유하는 것에서 ‘접속’ 중심으로, 전통적인 대중교통 이용에서 ‘디지털 기반의 실시간 이동’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다. 이러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바로 공유 모빌리티(shared mobility)이다. 공유 모빌리티란 사람들이 자동차나 자전거, 킥보드와 같은 교통수단을 직접 소유하지 않고, 필요할 때마다 앱을 통해 접근하여 사용하는 서비스를 말한다. 플랫폼 기술과 모바일 위치 정보, 실시간 데이터 분석이 결합되어 가능한 이 서비스는, 특히 도시 속 짧은 거리 이동, 즉 마지막 1km를 해결하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지하철역에서 집까지 약간 먼 거리, 혹은 주택가에서 가까운 상점까지 가야 할 때 전동 킥보드나 공유 자전거는 매우 편리한 수단이 된다. 이때 우리가 이동하는 길은 단지 큰 도로나 대중교통이 있는 길만이 아니다. 보도, 골목, 아파트 단지 사이 같은 이전까지는 교통 경로로 인식되지 않던 공간들이 이제는 새로운 이동 경로로 의미화되고 있다.
공유 모빌리티는 기술의 발전과 도시 생활 방식의 변화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왔다. 아래의 도표는 공유 모빌리티를 대표적인 네 가지 유형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특징과 공간적 의미를 정리한 것이다. 이를 통해 공유 모빌리티가 단순한 교통수단을 넘어, 도시 공간과 이동의 방식을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를 이해할 수 있다.
유형 | 대표수단 | 대표서비스 | 특징 및 작동방식 | 공간적 의미 |
자전거 공유 | 자전거 | 따릉이, 피프틴 | 지정된 대여소에서 대여·반납 | 대중교통 연계, 생활권 내 마지막 이동 |
전동킥보드 공유 | 전동 킥보드 | 킥고잉, 라임, 빔 | 앱으로 실시간 위치 확인 후 자유롭게 대여·반납 | 골목, 단지 등 기존 교통 사각지대의 경로화 |
카셰어링 | 자동차 | 쏘카, 그린카 | 예약 후 쏘카존 등에서 픽업, 시간 단위 요금 | 차량 소유 없이 중·장거리 이동 가능 |
라이드셰어링 | 승용차 (개인 소유) | 우버, 리프트, (과거의 타다) | 앱으로 차량 호출, 운전자는 일반 개인 | 대중교통 미연결 지역의 이동 가능성 확대 |
하지만 이 변화는 문제를 동반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서울의 홍대, 강남 등에서는 킥보드 무단 주차, 보행자와의 충돌, 교통사고 등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특히 고령자나 어린이에게는 공유 모빌리티가 위협적 존재가 될 수 있다. 이에 따라 지자체는 킥보드 전용 주차존 설치, 주행 제한 구역 설정, 속도 제한 등의 공간적 규제를 마련하고 있다. 이러한 사례는 디지털 기반 기술이 물리적 공간 위에서 제대로 작동하려면,법과 제도, 시민 의식이라는 사회적 기반이 함께 필요함을 보여준다.
디지털 모빌리티가 요구하는 새로운 도시교통 인프라
공유 모빌리티와 개인형 이동수단의 확산은 도시 교통 체계와 인프라에도 새로운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 변화는 기존의 자동차 중심 구조와 주차 공간 수요를 줄이는 동시에, 전동킥보드, 공유 자전거, 전기차 등 새로운 교통수단을 위한 전용 주차 공간, 충전 시설, 환승 지원 시설의 필요성을 부각시키고 있다. 특히, 도시 공간이 제한된 상황에서 이 다양한 교통 수단을 효율적으로 연결하고 조율할 수 있는 창의적 도시 설계가 요구되고 있으며, 그 대표적인 해법이 ‘모빌리티 허브(Mobility Hub)’ 개념이다. 모빌리티 허브란 지하철, 버스, 기차 등 대중교통과 전동 킥보드, 공유 차량, 자전거, 택시 등의 다양한 이동 수단이 한 곳에 집결하고 연결되는 거점 공간으로, 단순한 환승을 넘어서 도시 내 교통 시스템을 유기적으로 통합하는 중심 노드 역할을 한다.
공유 모빌리티와 공공성: 따릉이와 누비자, 그리고 타랑께의 사례
공공 자전거 시스템은 도시 내 공유 모빌리티 확산의 대표적인 사례로, 서울의 ‘따릉이’, 창원의 ‘누비자’, 광주의 ‘타랑께’ 등이 있다. 이러한 시스템은 자동차 의존도를 줄이고 대중교통과 연계되는 지속가능한 교통 모델로 기능한다. 특히 지자체가 운영 주체가 되어, 소득 수준, 교통 접근성 등 사회적 형평성까지 고려해 설계된다는 점에서 민간 공유 서비스와 구별된다. 예를 들어, 창원의 ‘누비자’는 국내 최초 공공 자전거 서비스로, 도시 전역에 고르게 분포된 대여소, 주요 생활권·공공기관·녹지 공간과의 연계, 간편한 결제 시스템 등을 통해 이용 편의성과 접근성을 모두 확보한 성공 사례로 평가받는다. 반면, 광주의 ‘타랑께’는 대여소 수는 많지만, 상무지구와 시청 주변에 집중되어 있으며, 도시철도나 주거지역과의 연계는 제한적이다. 지도에서 확인되듯, 대여소 입지가 도시 전체로 고르게 확산되어 있지 않고, 운영 시간, 가입 절차의 불편함, 공사 구간과의 겹침 등으로 인해 실질적인 이용률은 낮은 편이다. 이처럼 공공 자전거 서비스의 성패는 단지 도입 여부나 기술적 요소에 달린 것이 아니라, 도시 공간과의 연계 전략, 운영 방식, 사용자 경험에 대한 고려가 종합적으로 반영되어야 가능하다는 점에서, 도시계획적·사회적 함의가 크다고 할 수 있다.
빅데이터로 움직이는 도시: 카카오모빌리티 사례
카카오모빌리티는 이용자들의 호출·승차·하차 기록, 이동 시간, 경로, 교통 상황 등의 공간적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수집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비스를 운영하고 최적화한다. 위 지도는 카카오택시 블랙 서비스의 주요 승차 지점 분포(위)와 하차 지점 분포(아래)를 나타낸 것이다. 즉, 승차 지점은 강남, 여의도, 광화문 등 업무 밀집 지역에 집중되어 있으며, 하차 지점은 상대적으로 넓게 분산되어 있고, 특히 강남에서 뚜렷한 밀집을 보인다. 이러한 데이터를 통해 카카오모빌리티는 다음과 같은 방식으로 빅데이터를 활용할 수 있다:
- 수요 예측 및 배차 효율화 사람들이 언제, 어디에서, 어디로 이동하는지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시간대별로 차량을 분포시키고 수요가 집중되는 지역에 미리 차량을 배치할 수 있다.
- 정밀 요금 책정 및 경로 최적화 지역별 혼잡도, 이동 거리, 시간 등을 종합해 정밀 요금 시스템을 만들고, 최적의 이동 경로를 알고리즘으로 안내합니다. 이를 통해 승객 대기 시간과 운전자의 공차 운행을 줄일 수 있다.
- 도시 교통 흐름 파악 및 정책 협업 이동 데이터를 기반으로 특정 시간대나 구역에서의 교통 집중 현상이나 병목 구간을 파악할 수 있어, 지자체와 협력하여 교통 개선 정책을 수립하거나 승하차 공간을 재배치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
자율주행차가 바꾸는 도시
자율주행차란 사람이 운전하지 않아도 스스로 주행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자동차로, AI 기술과 센서, 지도 정보, 교통 데이터 등을 결합하여 스스로 판단하고 이동할 수 있다. 현재 국내외에서는 택시, 셔틀버스, 화물차 등의 형태로 자율주행차 상용화 실험이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서울 상암동, 세종시, 제주 등 일부 지역에서는 자율주행 셔틀버스가 실제 도로를 달리고 있고, 미국 샌프란시스코나 중국의 일부 도시에서는 자율주행 택시 서비스가 시범 운영 중이다. 자율주행차의 확산은 다음과 같은 도시 공간의 변화를 예고한다:
- 도로 인프라의 재설계 자율주행차 전용 차로 도입, 보행자와 자율주행차가 함께 사용하는 스마트 도로 체계 등 새로운 교통 인프라가 요구된다.
- 주차 공간의 재편성 차량이 스스로 이동하거나 대기할 수 있어 도심 내 주차 수요가 줄어들고, 이에 따라 주차 공간의 활용 방식도 변화하게 된다.
- 도시 공간의 재활용 전통적인 주차 공간이 축소되면서, 그 자리를 공원, 상업시설, 커뮤니티 공간 등으로 재활용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난다.
[학생활동]
// 공간정보웹서비스 활용// "개인형 이동수단 관련 사고가 많은 지점은 어디인가? 이들 장소의 특징은?" 교통사고분석시스템(TAAS)을 활용하면 개인형이동수단(PM) 관련 교통사고 다발지역을 확인할 수 있다.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의 GIS 분석과 통계분석을 활용해 보자. 바로가기
[학생활동]
// GIS 활용 야외조사활동 // "잘못 주차된 전동 킥보드는 어디에 있을까?"
데이터 수집을 지원하는 GIS 프로그램을 활용해 잘못 주차된 전동 킥보드의 위치를 수집해 보자. 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바로가기
4. 새벽배송이 바꾸는 도시
탐구 질문
- 우리는 어떻게 이렇게 빠르게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되었을까?
- 물류센터와 배송 시스템은 도시 공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있을까?
주요 개념 및 설명
- 허브 앤 스포크 모델: 대형 물류 거점(허브)에서 여러 소형 지점(스포크)으로 배송이 이루어지는 체계.
- 흐름의 공간: 물리적 고정된 장소보다 정보, 자본, 물류가 흐르는 네트워크 중심의 공간이 중요해진 현대 도시의 구조.
택배 서비스와 물류
온라인 쇼핑이 일상이 되면서, 우리는 클릭 몇 번으로 상품을 주문하고 다음 날 아침 혹은 그날 밤에 물건을 받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빠른 배송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택배 운송 차량이 아니라, 복잡하게 얽힌 물류 인프라와 기술, 그리고 도시 공간의 구조 변화다.
예를 들어, 쿠팡은 자체 물류 시스템인 ‘로켓배송’을 위해 경기 용인, 충북 김천 같은 도시 외곽 지역에 대형 물류센터(풀필먼트 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SSG.com, 마켓컬리 등 다른 플랫폼들도 유사한 방식으로 도시 외곽에 물류 기반시설을 집중하고 있다. 이러한 물류센터는 단지 상품을 보관하는 공간이 아니라, 실시간 주문 데이터를 분석하고, 상품을 분류하고, 가장 빠른 경로로 배송을 계획하는 디지털 기반의 공간이다.
이러한 현상은 인문지리학자 마누엘 카스텔(Manuel Castells)가 제시한 ‘흐름의 공간(space of flows)’이라는 개념과 깊이 관련되어 있다. 흐름의 공간이란, 사람이나 물건이 머무는 공간보다도, 정보, 자본, 물품이 끊임없이 흐르고 연결되는 네트워크 중심의 공간이 현대 사회에서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개념이다. 즉, 우리가 보기에 조용하고 한적한 외곽 지역이 사실은 도시 전체를 움직이는 핵심적인 흐름의 중심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 과정에서 사용자의 위치, 주문 시간, 구매 패턴 등 빅데이터가 활용된다. 플랫폼 기업은 이러한 데이터를 분석하여, 어떤 상품을 언제, 어디에 배치해야 하는지 예측하고, 배송 동선을 최적화한다. 이러한 기술 덕분에 새벽배송, 당일배송이 가능해지고, 소비자는 점점 더 빠른 배송을 기대하게 된다.
이를 위해 도시공간도 새롭게 구성되고 있다. 물류센터가 들어선 지역은 토지 이용 패턴이 바뀌고, 교통량이 증가하며, 새벽 시간대에 화물차와 오토바이의 움직임이 집중된다. 이는 주민의 생활 리듬, 소음 문제, 교통 혼잡 등 다양한 사회적 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일부 기업들은 자율주행 배송 로봇, 드론 배송, AI 경로 분석 시스템을 실험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도시의 노동 구조, 교통 체계, 공간 활용 방식까지 근본적으로 바꿔놓을 가능성이 있다.
도심 속 택배 창고의 등장
쿠팡은 당일배송을, 마켓컬리는 새벽배송을 하고 있으며, 이마트도 온라인 쇼핑을 강화하고 있는 추세이다. 특히, 최근에는 퀵커머스라는 서비스가 등장했다. 퀵커머스(Quick Commerce)는 30분에서 1시간 이내에 물건을 배달해주는 서비스로 시간 단위로 배송을 약속한다. 빠른 시간 내에 배송을 약속하려면, 어떤 방식을 사용해야 할까? 온라인 쇼핑 업체들은 도시 외곽에 대규모 물류창고를 건설하고, 그곳에 소비자들이 자주 구매하는 물품들을 미리 준비한 다음 주문이 들어오는 즉시 배송을 시작한다. 하지만, 더 빠른 배송 요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소규모 물류창고들이 지가가 높은 도심 내부로 진입하기 시작했다. 도심 내 소규모 물류창고의 등장은 배송 시스템의 유연성을 높이고, 도시 물류의 효율성을 강화하는 데 기여하게 된다.
사람의 길 vs. 택배의 길
사람들은 여러 목적지를 직접 선택하고 자유롭게 이동한다. 예를 들어, 친구를 만나러 가고, 카페에 들르고, 마트에 들르는 등 여러 경로가 상호 연결된다. 이런 이동 방식은 모든 지점이 서로 연결된 '망(Network) 구조'와 비슷하다. 이러한 망 구조는 유연하고 다양하지만, 경로가 많아 교통 혼잡이 발생할 수 있다.
- 예시: 서울 지하철처럼 환승이 많은 복합적인 교통망, 학생들이 수업·학원·집을 오가는 생활 경로
택배 물류는 효율성과 시간 절약이 중요하기 때문에, 보통 대형 물류센터(허브)에서 소형 물류거점(스포크)으로 물건을 나누어 보내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이 구조를 ‘허브 앤 스포크 모델’이라 부른다. 이 모델은 물류를 집중시켜 비용을 줄일 수 있지만, 한 곳에 의존하면 병목현상이 생기기도 한다.
- 예시 쿠팡: 경기 용인, 인천 등에 있는 대형 풀필먼트센터(허브) → 송파나 노원 등 지역 배송지점(스포크)
- 예시 마켓컬리: 새벽배송을 위해 도심 외곽에 거대한 허브 센터 설치, 이후 동네별 배송 시작 망 모델과 허브 앤 스포크 모델
빠른 배송과 노동의 문제
빠른 배송과 새벽 배송 서비스의 확대는 배송 시간을 맞추기 위해 야간에 근무하는 노동자 수의 증가로 이어지고 있으며, 이는 택배 노동자들의 노동 강도와 스트레스 수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서울에서는 지난해 전체적인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오토바이 사고로 인한 사망자 수는 오히려 증가했다. 이러한 증가 추세는 1인 가구의 증가와 비대면 배달 서비스의 확장을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이는 단순히 택배 주문의 양과 빈도가 증가하는 것을 넘어, 더욱 빠른 배송을 요구하는 현재의 소비 트렌드가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압박과 경쟁을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