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 한국 농산물은 왜 비쌀까?
배경
서울의 식료품 가격은 뉴욕·런던·도쿄와 비교해도 유독 비싸다. 반도체 세계 1위인 나라가 왜 사과 한 개, 파 한 단에서 가격 경쟁력을 잃었을까? 답은 농업의 구조에 있다. 농지의 크기와 분포, 농촌 인구의 연령, 국경을 넘는 노동자의 이동, 그리고 국가가 농업을 보호하는 방식이 높은 농산물의 가격을 만든다. 이 차시에서는 한국 농산물 가격을 높이는 구조적 원인을 짚어보고, 그것을 둘러싼 정책 딜레마를 함께 살펴본다.
핵심 아이디어
1️⃣ 한국 농업은 영세한 농지 구조와 농촌 인구의 고령화로 생산성이 낮다.
2️⃣ 한국 농업 정책은 농업 보호와 시장 효율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학습 목표
학생들은 한국 농업의 구조적 문제(영세성, 고령화, 기후변화)를 파악하고, 관련 정책 쟁점에 대해 다양한 입장을 비교할 수 있다.
탐구 질문
- 무엇인가? 왜 중요한가? 한국 농업의 생산성은 왜 낮을까?
-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 농업 보호와 시장 효율, 어떤 균형이 필요한가?
지리적 개념
농업 생산성, 경자유전 원칙, 외국인 계절 근로자, 농업 보호 정책, 식량자급률, 식량안보
도입 활동 - 서울과 런던, 어디가 더 비쌀까? 한국 농산물은 정말 비싼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런던이 서울보다 훨씬 비싼 도시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그렇다. 임대료는 런던이 서울보다 221% 비싸고, 외식비는 106% 비싸다. 전반적인 생활비도 런던이 33% 높다. 그렇다면, 식료품 가격은 어떨까? 사과는 어디가 더 비쌀까?
아래 표는 서울과 런던의 주요 식품 가격을 비교한 것이다 (출처: Numbeo, 2025).
| 품목 | 서울 | 런던 | 비교 |
| 사과 1kg | 10,777원 | 4,922원 | 서울 +119% |
| 감자 1kg | 5,054원 | 2,305원 | 서울 +119% |
| 토마토 1kg | 9,238원 | 5,071원 | 서울 +82% |
| 상추 1통 | 3,578원 | 2,256원 | 서울 +59% |
| 쌀 1kg | 4,585원 | 3,543원 | 서울 +29% |
| 닭고기 1kg | 14,144원 | 14,034원 | 거의 같음 |
| 달걀 12개 | 4,338원 | 7,432원 | 런던 +71% |
표를 보고 다음 질문에 답해보자.
- 서울이 런던보다 훨씬 비싼 품목은 어떤 것들인가? 공통점이 있는가?
- 서울과 런던이 비슷하거나 오히려 런던이 비싼 품목은?
- 이 패턴에서 어떤 질문이 생기는가?
그렇다면 한국 농산물은 왜 비쌀까?
1. 한국의 농업 생산성은 왜 낮을까?
📌 한국 농업의 낮은 생산성은 영세한 농지 구조와 농촌 인구의 고령화라는 구조적 원인에서 비롯된다.
📌 농업 생산성
같은 면적의 농지, 같은 시간의 노동으로 얼마나 많은 농산물을 만들어내는가.
늙어가는 농촌 인구
2022년 기준 한국 농업인의 평균 연령은 67.4세다. 농가 인구의 연령 구조를 그래프로 그리면 젊은 층이 거의 없고 고령층만 두텁게 쌓인 '버섯 모양'이 나온다.

50년 만에 농업 종사자 비율이 50%에서 5%로 떨어진 것은 단순한 인구 감소가 아니다. 경제 성장 과정에서 젊은 세대가 도시와 제조업으로 이동하면서 농촌에는 고령층만 남은 결과다. 고령화된 농업 인구는 새로운 기술 도입을 어렵게 하고, 노동 생산성을 낮춘다.
- 1970년 농림어업 취업자: 약 485만 명 (전체 취업자의 50%)
- 2020년 농림어업 취업자: 약 145만 명 (전체 취업자의 5.4%)

작은 농지, 분산된 필지
노동력이 줄면 기계를 써야 한다. 그런데 왜 한국은 미국처럼 대형 트랙터로 넓은 농지를 짓지 못할까? 한국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은 약 1.6ha로, 미국(180ha)의 100분의 1 수준이다. 규모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 농가는 하나의 넓은 땅이 아니라 마을 여기저기에 흩어진 작은 필지를 따로따로 보유하는 경우가 많다. 트랙터를 몰고 이 논에서 저 논으로 이동해야 한다면 효율이 크게 줄어든다.
| 국가 | 농가당 평균 경지면적 |
| 한국 | 약 1.6 ha |
| 네덜란드 | 약 30 ha |
| 프랑스 | 약 55 ha |
| 미국 | 약 180 ha |
| 호주 | 약 4,000 ha |
1.6ha는 어느 정도 크기일까? 축구장(약 0.7ha) 2개 정도의 크기에 해당한다.

논농사의 기계화율은 98.6%에 달하지만, 밭농업 기계화율은 61.9%에 머문다(2020년). 밭농업은 작물 종류가 다양하고 경지가 작으며 지형이 고르지 않아 범용 기계를 쓰기 어렵다. 소규모 영세농은 고가의 밭 농업용 기계를 살 여력도 없다. 기계화가 안 되면 사람이 해야 하고, 사람이 줄면 경작을 포기하게 된다.
농지 제도의 제약 — 경자유전 원칙
📌 경자유전(耕者有田)
"경작하는 자만이 농지를 소유할 수 있다"는 원칙. 한국 헌법 제121조 1항에 규정되어 있다.
'경자유전'은 토지 투기와 소작제도를 막기 위해 만들어진 원칙이다. 덕분에 농지가 투기 자본에 넘어가는 것을 막고, 실제로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가질 수 있었다. 그런데 이 원칙이 뜻하지 않은 문제도 만들고 있다. 기업 자본이 농업에 들어오지 못해 대규모 투자가 제한되고, 청년 귀농인도 이미 오른 농지 가격과 제도적 장벽 앞에서 진입이 쉽지 않다.
외국인 계절 근로자
외국인 계절 근로자
농번기(파종기·수확기)에 집중 고용되는 외국인 노동자. 한국 농업 인구의 고령화와 감소로 인해 의존도가 급증했으며, 캄보디아·베트남·태국 등 동남아 출신이 충남·전남·경북 등 과수·채소 주산지에 집중 분포한다.
2024년 상반기에만 약 5만 8천 명의 외국인 계절 근로자가 한국 농업 현장에 투입됐다. 계절근로제에 참여한 지자체도 2019년 48곳에서 2023년 127곳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 현상은 단순한 인력 수급이 아니다. 노동의 국제적 이동이 한국 농촌이라는 공간의 성격을 바꾸고 있다. 한국 농촌은 이미 다국적 노동 공간이 되어 있다. 그러나 이 구조는 문제를 안고 있다. 저임금과 열악한 숙소 등 노동 조건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고, 단기 체류 비자 구조 때문에 숙련 인력을 지속 고용하기도 어렵다. 무엇보다 외국인 노동력 의존은 구조적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아니라 연장하는 것에 가깝다. 농업 인력의 부족을 외부에서 충당하는 동안, 근본적인 농업 구조 개혁은 계속 미뤄지고 있다.
기후변화
농업은 기후변화의 피해자이면서, 동시에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가해자이기도 하다.
기온이 오르면 작물의 재배 가능 지역이 달라진다. 사과는 비교적 서늘한 기온이 필요하다. 현재 주산지인 경북 안동·영주, 충북 제천, 강원 평창 등은 기온 상승으로 점차 재배가 어려워질 전망이다. 반대로 제주에서만 재배되던 감귤은 이미 남해안을 넘어 강원도에서도 생산되고 있다. 한국의 농업 지도가 서서히 바뀌고 있는 것이다.

논에 물이 고이면 산소가 부족한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메탄이 다량 발생하고, 소 한 마리는 하루 최대 320리터의 메탄을 트림으로 배출한다. 전 세계 농업·축산 부문은 전체 온실가스 배출량의 약 14.5%를 차지하는데, 이는 전 세계 교통수단의 배출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2. 농업 보호와 시장 효율, 어떤 균형이 필요한가?
📌 한국 농업 정책은 농업 보호와 시장 효율이라는 두 목표 사이에서 균형을 찾아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 농업 보호 정책
관세, 수입 쿼터, 보조금 등을 통해 수입 농산물로부터 국내 농업을 보호하는 정책. 농가 소득을 안정시키고 국내 식량 생산 기반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수입 규제 — 왜 싼 외국 농산물을 막는가?
한국은 쌀에 513%, 마늘에 360% 등 매우 높은 수입 관세를 부과한다. 이러한 관세는 값싼 외국 농산물의 유입을 제한하여 국내 농산물이 일정한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만든다. 그러나 그 결과 소비자는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부담하게 된다.
그렇다면 왜 외국 농산물에 높은 관세를 부과할까? 농업을 완전히 개방할 경우, 값싼 수입 농산물이 국내 시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국내 농업의 생산 기반이 약화될 수 있다. 농업은 한 번 붕괴되면 쉽게 회복되기 어렵다. 농업이 축소되면 생산 기술과 인력도 함께 사라지고, 미래에 식량 위기가 발생했을 때 국내에서 대응할 수 있는 기반 자체가 약해질 수 있다. 따라서 보호 정책은 이러한 위험을 줄이기 위한 선택으로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보호 정책은 또 다른 문제를 낳는다. 외국산과의 경쟁이 제한된 환경에서는 생산성을 높여야 할 압력이 줄어들고, 정부 수매와 보조금에 의존하는 구조가 유지되기 쉽다. 그 결과 소비자는 높은 가격을 계속 부담하게 되고, 농업 구조 역시 큰 변화 없이 유지되는 경향이 나타난다.

📊 [Data Check] 식량자급률이 높으면 식량안보도 높을까?
📌 식량자급률(Food Self-Sufficiency Rate)
한 나라가 소비하는 식량 중 국내에서 생산하는 비율. 한국은 2024년 기준 식량자급률 47.9%, 곡물자급률 21.6%로 낮은 편이다.
📌 식량안보(Food Security) 한 나라의 국민이 안정적으로 충분한 양의 안전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 상태. 생산량뿐 아니라 경제적 접근성, 공급 안정성, 영양의 질까지 포함하는 개념이다.
식량안보를 논할 때 흔히 식량자급률을 기준으로 삼는다.

한국의 식량자급률은 약 47.9%(2024), 곡물자급률은 21.6%로 두 배 이상 차이난다.
- 식량자급률은 쌀·보리 같은 곡물뿐 아니라 채소·과일·육류·수산물·유제품까지 포함한다. 한국은 채소·과일·수산물 생산이 상대적으로 충분해서 이 지수가 높게 나온다.
- 곡물자급률은 쌀·밀·옥수수·콩 등 곡물만 따진다. 한국은 쌀 외에 밀·옥수수·콩을 거의 전량 수입한다. 특히 사료용 옥수수와 밀 수입량이 막대해서 이 지수가 낮아진다.
왜 구분해서 조사할까?
식량자급률은 국민이 먹는 식품 전반을 얼마나 국내에서 공급하는가를 본다. 식생활 전체의 자립도를 파악하는 용도이다. 곡물자급률은 식량 위기 대응 능력을 본다. 곡물은 식량 안보의 핵심이다. 전쟁·기후재해·공급망 붕괴 상황에서 가장 먼저 끊기는 것이 곡물 수입이기 때문이다. 채소나 수산물은 국내 생산이 가능하지만, 밀·옥수수는 대체가 어렵다.
식량자급률이 높으면, 식량안보가 높아질까?
꼭 그렇지는 않다. 아르헨티나는 세계 최대 수준의 농지를 가진 식량 수출 대국이지만 식량안보 지수는 낮다. 경제·정치 불안으로 자국민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구매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반면 싱가포르는 식량의 90% 이상을 수입하지만 식량안보 지수는 높다. 다양한 국가로부터 안정적으로 조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 아르헨티나 | 싱가포르 | |
| 경지면적 | 세계 최대 수준 | 국토 자체가 작음 |
| 식량자급률 | 세계 1위권 | 식량의 90% 이상 수입 |
| 식량안보 수준 | 낮음 | 높음 |
식량안보는 얼마나 많이 생산하는가가 아니라 국민이 얼마나 안정적으로 식량에 접근할 수 있는가의 문제다. 이를 종합적으로 측정하는 지표가 글로벌 식량안보 지수(GFSI, Global Food Security Index)다. 단순 생산량이 아니라 식량 접근성·공급 안정성·품질·기후변화 대응까지 포함해 평가한다. 한국의 GFSI 순위는 38위(2022년)로, 식품 안전과 생산 안정성은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점수는 고소득국가 평균의 3분의 1에 불과하다.
학생활동 — 역할극: 양곡관리법, 찬성인가 반대인가?
양곡관리법이란?
한국의 쌀 소비량은 1985년 1인당 128kg에서 2020년 57.7kg으로 절반 이하로 줄었다. 그런데 쌀 생산량은 소비 감소 속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그 결과 쌀은 만성적 공급 과잉 상태다. 정부는 2005년부터 매년 약 1조 원의 예산으로 잉여 쌀을 수매해왔다. 이 정책을 법으로 규정하려는 것이 양곡관리법이다.
자, 이 정책을 둘러싼 다양한 입장 속으로 직접 들어가 보자.

참고 사이트
- 생활비 비교 (Numbeo): https://www.numbeo.com/cost-of-living/
- 양곡의 자급률 (농림축산식품부 농업통계 포털): https://kass.mafr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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