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지리 탐구 개정 방향과 내용 체계
개정의 방향
2022 개정 교육과정을 통해 고등학교 사회과에 ‘한국지리 탐구’라는 새로운 과목이 생겨났습니다. 기존에 ‘한국지리’라는 명칭의 과목이 존재했기 때문에 온전히 새로운 과목이라 할 수는 없지만 일반선택 과목에서 진로선택 과목으로 과목의 성격이 변화하였고, 과목의 명칭에서 드러나듯 ‘탐구’를 강조하고 있으며, 무엇보다 기존 한국지리 과목에 대한 불만과 변화의 요구가 강해 비교적 많은 내용이 변경되었습니다.
연구진은 크게 1) 쟁점과 이슈에 초점, 2) 지리탐구 강조, 3) 진로와 실생활 강조의 3가지에 초점을 두고 한국지리 탐구를 개발하였습니다.
첫째, 한국지리 탐구는 쟁점과 이슈를 중심으로 내용을 구성하였습니다. 기존 한국지리가 지표면에서 관찰할 수 있는 지리적 현상에 대한 이해와 종합을 목표로 설정하였다면, 한국지리 탐구에서는 국토와 지역의 쟁점과 이슈 혹은 문제를 인식하고 이를 탐구하며, 나아가 이에 대해 대안을 제시할 수 있는 역량을 기르고자 하였습니다. 지리적 이슈와 쟁점에 주목하려는 의도는 일반적인 내용을 전부 다루지 않고, 현재 학생들의 삶과 관련 있고 중요한 내용에 초점을 맞추려는 것이며, 이들을 수동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는 적극적으로 탐구해야 한다는 의도를 말합니다.
둘째, 한국지리 탐구는 ‘탐구를 통한 지리학습’을 지향합니다. 이때 지리탐구는 “지리적 관점에서 질문을 던지고, 근거를 찾아 답하고, 탐구과정의 적절성을 성찰”하는 과정입니다. 한국지리 탐구에서는 탐구의 전체 과정에 대한 체험을 강조하며, 국토 스케일과 학생들이 위치한 지역 스케일에서의 탐구, 그리고 공간정보 및 야외조사를 활용한 탐구를 강조하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히 효과적인 지리탐구의 수행을 위해 지리정보기술, 공공 빅 데이터, 야외조사 등 데이터(공간정보)와 기술(technology)의 적극적인 통합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국지리 탐구는 학습의 실생활 연계와 진로교육을 강조하였습니다. 기존 한국지리 과목의 내용이 일상생활과 유리되어 있어 체험하기 어렵다는 불만이 많았습니다. 한국지리 탐구에서는 실생활에서 소재를 찾고 학습의 유용성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주제들로 구성하였으며, 학생들이 자신들이 학습결과를 실생활에서 유용하게 느끼고, 진로와 연계될 수 있도록 한국지리 탐구의 내용을 실세계의 주요 이슈와 국가, 지역의 과제와 연결하였습니다.
내용 체계
한국지리 탐구는 총 5개 대단원 및 15개의 성취기준으로 구성되었다. 이는 2015 개정 교육과정의 한국지리(8개 대단원, 28개 성취기준)에 비해 약 46% 정도 축소된 수준입니다.
한국지리 과목의 성취기준 축소는 내용을 어떤 방식으로 줄일 것인가의 문제와 연결되며, 이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습니다. 한국지리 과목은 그동안 모학문인 지리학의 체계를 따라 계통지리 위주로 구성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틀을 유지한 채 성취기준의 수를 일괄적으로 축소할 경우 분과학문적인 틀은 그대로 남아 있어 학습량의 축소는 체감하기 어렵고, 필요한 설명은 줄어들게 되어 오히려 불친절한 과목이 되기 쉽습니다. 따라서 계통지리의 체계를 유지하기 보다는 핵심 개념을 중심으로 한국지리 내용을 새롭게 구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에 연구진은 '변화와 지속가능성'을 내용 선정 및 구성의 초점으로 활용하였습니다. 우리나라 국토의 환경과 삶의 모습은 다른 국가에 비해 짧은 기간 동안 급속하게 변화하고 발전해왔으며, 현재 지속가능성의 위기에 당면해 있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학습 내용을 국토의 자연환경과 지역(인구, 도시)의 측면으로 구분하고, ‘변화와 지속가능성’이라는 개념을 통해 이들을 탐구하도록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보았습니다.
한국지리 탐구는 국토를 포함한 다양한 스케일에서의 지역에 대한 이해와 탐구를 강조합니다. 한반도뿐 아니라 학습자의 생활공간과 한반도 주변의 동아시아 지역을 포괄하며, 이를 통해 학습자가 속한 지역, 국가, 세계와의 연계성 및 국토 공간 변화의 역동성을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자 했습니다. 또한, 자연지리 내용이 인문지리 내용을 배우는데 선수학습의 역할을 하는 것이 아니므로 학생들이 대체로 어려워하지 않는 인문지리 단원(3단원)을 자원지리 단원(4단원)에 앞서 배치하였습니다.
표 1. 스케일을 반영한 한국지리 탐구의 구성
스케일 | 로컬 | 지역 | 국가 | 동아시아 |
지리탐구 | 1. 공간정보와 지리탐구 | |||
실제성(일상생활) | 2. 생활 속 지리탐구 | |||
변화와 지속가능성 | 3. 국토의 변화와 균형발전 탐구 4. 환경과 지속가능성 탐구 |
|||
지정학 | 5. 동아시아 갈등과 공존탐구 |
개정 방향 및 내용체계를 기준으로 한국지리 탐구는 최종적으로 5개의 대단원과 15개의 성취기준으로 개발되었습니다.
표 2. 한국지리 탐구의 단원별 주요 내용
단원 | 핵심 아이디어 | 내용 요소 |
1. 공간정보와 지리탐구 | 지리탐구의 방법을 알고 연습한다. 특히, 지리정보기술 및 야외조사를 활용한 탐구방법을 익힌다. 2-5단원과 연계하여 가르칠 수 있다. | ⋅지리적 질문과 지리탐구 ⋅데이터, 야외조사와 지리정보기술 |
2. 생활 속 지리탐구 | 음식, 핫 플레이스, 모빌리티 등 일상생활 속 상품의 소비를 통해 자신과 다른 지역의 관계를 조사한다. 이 과정에서 지역, 기술, 미디어의 역할을 탐구한다. | ⋅식품과 상품사슬 ⋅관광과 여가, 장소 정체성과 장소마케팅 ⋅모빌리티와 공유서비스 |
3. 국토의 변화와 균형 발전 탐구 | 인구감소와 고령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의 맥락 속에서 서로 다른 지역들(수도권 vs.중소도시 vs. 농촌지역)이 당면한 문제를 이해하고 대안을 평가한다. | ⋅저출생과 고령화, 외국인 이주자와 다문화 ⋅지속가능한 농업과 농촌 ⋅산업구조의 전환과 지역 변화 ⋅수도권 집중과 지방소멸, 국가균형발전 |
4. 환경과 지속 가능성 탐구 | 도시화, 관광, 농업 등 개발에 따른 국토환경의 변화와 자연재해 이슈를 조사하고, 탄소중립을 위한 에너지 정책을 제안한다. | ⋅세계유산과 자연경관 ⋅환경의 개발과 변화, 보전 ⋅자연재해, 재난위험 경감 ⋅탄소중립과 에너지 정책 |
5. 동아시아 갈등과 공존 탐구 | 한반도 및 주변지역에 대한 위치, 경계, 영역, 관계를 고려한 지정학적 이해를 통해 현재 발생하고 있는 쟁점들을 지리적으로 해석한다. | ⋅북한의 당면과제와 남북협력 ⋅경계와 영역, 동아시아 지정학과 평화⋅공존 |
안전장치 혹은 굴레는 벗어나
그동안 한국지리는 수능 과목이었기 때문에 가르치고 평가하는 방법에서 여러 가지 제약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한편으론 수능과목이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쉽게 학교에서 개설하고 학생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한국지리(탐구)는 수능과목이라는 안전장치 혹은 굴레를 벗어나 선택 과목으로서 과목 콘텐츠로만 학생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어야 합니다.
기존의 한국지리 그리고 가르치던 방법과 과감한 이별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과목명은 매우 유사하지만 교육과정의 내용은 새로운 과목이라 할 수 있을 만큼 한국지리 탐구의 내용은 많이 바뀌었습니다. 한국지리 과목이 고등학교에서 오랫동안 가르쳐져 오면서 축적되어 온 수업자료와 콘텐츠는 한편으론 든든한 자산이 될 수 있겠지만 또다른 한편으론 변화하지 못하는 걸림돌로 될 수도 있습니다. 새로운 교육과정에 맞춰 다양한 수업자료가 개발되고 아이디어가 공유되어야 한국지리 탐구는 성공적으로 안착될 수 있습니다.
교육과정 고시본 한국지리 탐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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