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 핫플레이스가 되면 무슨 일이 일어나는가?
배경
핫플레이스는 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면서 성장한다. 그런데 그 성장의 이면에는 우리가 쉽게 보지 못하는 변화들이 일어나고 있다. 임대료가 오르면서 그 골목을 처음 만들었던 가게들이 사라지고, 수만 명의 관광객이 몰리면서 그곳에서 살아가는 주민들의 일상이 무너진다. 전통마을에는 탕후루와 일본식 라멘집이 들어서고, 전국의 골목들은 점점 비슷한 모습으로 바뀌어간다. 2.3에서 핫플레이스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를 살펴봤다면, 이제 만들어진 핫플레이스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를 살펴볼 차례다.
핵심 아이디어
1️⃣ 핫플레이스가 유명해질수록 임대료는 상승하고, 그 장소를 만들었던 주민과 소규모 상권이 밀려나는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한다.
2️⃣ 오버투어리즘은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지만, 관광의 비용과 피해는 지역 주민들에게 불균등하게 집중된다.
학습 목표
학생들은 장소의 생애주기와 젠트리피케이션 개념을 통해 핫플레이스의 변화 과정을 설명하고, 오버투어리즘이 주민의 삶과 장소의 고유성에 미치는 영향을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다.
탐구질문
- 어떻게 변화하는가? 핫플레이스가 된 후 그 장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장소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가?
지리적 개념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오버투어리즘(overtourism), 장소 상실(placelessness)
1. 어떻게 변화하는가? 핫플레이스가 된 후 그 장소에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가?
📌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
낙후된 지역이 주목받으면서 외부 자본과 새로운 주민이 유입되고, 임대료가 상승하면서 기존에 살던 주민과 가게들이 밀려나는 현상
📌 장소의 생애주기 장소가 시간이 흐르며 형성·성장·쇠퇴의 단계를 거치는 과정
장소는 끊임없이 변화하며, 핫플레이스는 이를 가장 잘 보여준다.
처음에는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예술가와 청년들이 모여들고, 그 독특한 분위기가 SNS를 타고 퍼지면서 사람들이 몰려든다. 그러면 임대료가 오르고, 원래 있던 가게들이 떠나고, 결국 그 장소를 특별하게 만들었던 것들이 사라진다. 사람이 태어나서 자라고 늙어가듯, 장소에도 비슷한 흐름이 있다. 이 과정을 '장소의 생애주기'라고 부른다.
장소의 생애주기는 4단계로 구분할 수 있다.
| 단계 | 특징 |
| 재생기 | 저렴한 임대료를 찾아 예술가·청년 창업자가 유입되고, 개성 있는 소규모 가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
| 상권부흥기 | SNS와 미디어를 통해 알려지고 방문객이 급증한다. 새 카페와 가게가 우후죽순 생겨난다. |
| 상권버블기 | 유명세가 절정에 달하지만 동시에 임대료가 치솟고 원래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한다. 부흥과 쇠퇴가 동시에 진행된다. |
| 상권쇠퇴기 | 폐업이 개업을 앞지른다. 공실이 늘고 방문객이 줄어들거나, 프랜차이즈 위주의 다른 성격의 상권으로 변화한다. |
사례: 서울 경리단길
경리단길의 변화는 장소의 생애주기 4단계를 그대로 따라간다.
- 2010년대 초 (재생기) — 낮은 임대료 덕분에 개성 있는 소규모 식당·카페들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 2013~2015 (상권부흥기) — SNS를 통해 '힙한 골목'으로 알려지면서 주말마다 인파가 몰렸다.
- 2016~2017 (상권버블기) — 임대료가 급등하면서 원조 가게들이 하나씩 문을 닫기 시작했다. 새 가게가 들어서는 속도만큼 빠르게 폐업도 증가했다.
- 2018년 이후 (상권쇠퇴기) — 방문객이 급감하고 공실이 늘었다. 경리단길을 경리단길답게 만들었던 것들이 사라진 자리에 프랜차이즈가 채워졌다.
경리단길의 변화는 하나의 패턴이 되었다. 지리학자(이건학, 2023)의 연구에 따르면 카페의 평균 생존 기간은 서울 홍대거리 3.8년, 광주 동명동 3.0년에 불과하다.


📊 [Data Check] 젠트리피케이션을 데이터로 확인하기
탐구질문 '서울숲2길'은 언제부터, 어떻게 변화했을까? 누구를 위한 공간으로 변했는가?
| 안내 질문 | 데이터 | 출처 |
| 서울숲2길의 업종은 어떻게 달라졌는가? | 2009 vs 2024 거리뷰 업종 비교 | 카카오맵 로드뷰 |
| 방문객은 언제부터 급증했는가? | 성수동 유동인구 시계열 | 서울 열린데이터광장 |
| 원래 살던 주민들은 어떻게 됐는가? | 성수1가1동 주민등록 인구 변화 | SGIS 통계주제도 |
위 표는 서울숲2길의 변화를 다각도로 살펴보기 위한 전체 탐구 설계다. 세 질문을 종합하면 이 변화가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고, 누가 이익을 얻고 누가 피해를 입었는지 판단할 수 있다. 아래 활동은 첫 번째 질문(업종 변화)을 조사하기 위해 준비되었다.
함께 생각해 볼 문제 서울숲2길의 변화는 젠트리피케이션의 어느 단계에 해당하는가?
👉 서울숲2길 업종 변화 지도 에서 직접 확인해보자.

2.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장소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 개발하는 것이 가능한가?
젠트리피케이션은 핫플레이스가 겪는 첫 번째 문제다. 핫플레이스에는 두 가지 문제가 더 있다. 사람이 너무 많이 몰리는 문제, 그리고 장소의 고유성이 사라지는 문제다. 둘 다 같은 질문으로 이어진다 — 이 장소는 앞으로도 지속가능한가?
📌 오버투어리즘 (overtourism) 관광객이 지역의 수용 한계를 초과하여 몰리면서 주민의 생활과 환경에 부작용을 일으키는 현상
📌 장소 상실 (placelessness) 장소가 고유한 정체성을 잃고 어디서나 비슷한 모습으로 획일화되는 현상
사례: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부산 감천 문화마을
서울 북촌 한옥마을과 부산 감천문화마을은 같은 문제를 겪고 있다. 두 곳 모두 실제 주민들이 살아가는 생활 공간인데, 하루 수만 명의 관광객이 좁은 골목을 누비면서 주민의 일상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이른 아침부터 사진을 찍는 소음, 대문 앞을 막아서는 인파, 사생활을 들여다보는 시선이 일상이 됐다. 북촌은 행정 차원에서 정숙 구역을 지정하고 오전 10시 이전 관광을 제한했으며, '북촌에는 주민이 살고 있습니다' 캠페인을 벌였다. 감천 주민들은 직접 골목 출입을 제한하고 '우리는 전시물이 아닙니다'라는 성명을 냈다.
관광 개발의 이익은 상인과 지자체에 돌아가지만, 소음과 혼잡, 침해받는 일상은 주민들이 고스란히 감당한다. 핫플레이스가 누리는 유명세의 대가를 결국 주민이 치르고 있다. 누구를 위한 공간이라고 부를 수 있을까?

전국이 같아지고 있다 — 장소 상실
한국관광공사 조사(2021)에 따르면, 전국의 유사 골목 상권은 125곳에 달한다.
망리단길(망원동), 송리단길(송파), 해리단길(해운대), 황리단길(경주)… 이름만 다를 뿐 공식은 같다. 낡은 골목 + 감성 카페 + 빈티지 소품 + SNS 해시태그. 경리단길의 성공이 전국적으로 복제되고 있다.
사례: 경주 황리단길과 전주 한옥마을 — 고유성을 잃어가는 길
황리단길에는 일본식 라멘집과 탕후루가 늘어서 있다. 전주 한옥마을도 마찬가지다. 한복을 입고 인증샷을 찍는 관광객들로 가득하지만, 정작 그 장소의 고유한 문화를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가?
핫플레이스를 둘러싼 세 가지 문제 — 젠트리피케이션, 오버투어리즘, 장소 상실 — 은 결국 하나의 질문으로 모인다.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변화인가. 변화 자체를 멈출 수는 없다. 다만 그 방향을 결정할 수는 있다.
- 전국에 퍼진 125개 리단길은 지역의 개성을 만들어냈는가, 아니면 지역의 개성을 지워버렸는가?
- 장소의 고유한 정체성을 지키면서도 개발하는 것이 가능할까? 그 조건은 무엇인가?
사례: 일본 교토 — 고유성을 지키려는 길
교토는 같은 문제 앞에서 다른 길을 선택했다. 흥미로운 점은 교토가 어떤 음식을 팔지, 어떤 가게를 열지를 직접 규제하지는 않았다는 것이다. 대신 어떤 모습으로 팔지를 통제했다. 도심 건물의 높이를 제한했고, 도시 경관 정책을 통해 옥상 간판과 대형 광고판을 기본적으로 금지했다. 점멸식·디지털 간판도 일부 상업구역을 제외하고는 제한된다. 도시 전체를 여러 등급의 경관관리구역으로 나누어, 역사 지구 중심부에는 상업용 간판이 거의 들어설 수 없다. 글로벌 체인이 들어올 수는 있다. 다만 어디서나 똑같은 모습으로 들어올 수는 없다. 맥도날드의 빨강과 노랑은 갈색으로, 스타벅스의 초록 로고는 어두운 톤으로 바뀐다. 산넨자카의 스타벅스 매장은 100년 된 마치야(전통 가옥)를 그대로 살려 입점했다.
이 정책이 작동하는 이유는 행정의 힘만이 아니다. 교토시는 구마다 경관협의회를 만들어 주민·상인·건축가가 함께 지역별 간판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영세 상점이 부담을 지지 않도록 나무 현판과 노렌(천막) 같은 전통 간판에 시가 보조금을 지급한다. 시장의 자유는 존중하되, 그 시장이 만들어내는 시각적 풍경은 도시 공동체가 함께 가꾸는 방식이다.


함께 생각해 볼 문제 두 지역은 같은 문제 앞에서 정반대 방향으로 갈라졌다. 무엇이 그 차이를 만들었을까?
참고자료
이건학. 2023. 「상업 젠트리피케이션의 시공간 특성과 단계 분석: 우리나라 7대 광역시의 주요 상업 재생지를 대상으로」. 대한지리학회지, 58(4), 419–437. https://doi.org/10.22776/kgs.2023.58.4.419
한국일보, 2023, "한국 관광지엔 인스타 사진만 있고 문화가 없다" 외국인의 쓴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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