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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단원

[자료] 상상의 지리 - 기대가 장소를 바꾸기도 한다!

by ziriboy 2024. 3. 16.

자료 기대가 장소를 바꾸기도 한다!

방문객들의 기대에 맞춰 경관을 설계한 곳도 있다. 아마도 한국사람들이 메밀꽃 핀 모습이 밤에 소금을 뿌린 것과 닮았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효석의  「메밀꽃 필 무렵」 덕분일 것이다.

 

"이즈러는졌으나 보름을 가제 지난 달은 부드러운 빛을 흐붓이 흘리고 있다. 대화까지는 칠십 리의 밤길 고개를 둘이나 넘고 개울을 하나 건너고 벌판과 산길을 걸어야 된다. 길은 지금 긴 산허리에 걸려 있다. 밤중을 지난 무렵인지 죽은 듯이 고요한 속에서 즘생 같은 달의 숨소리가 손에 잡힐 듯이 들리며 콩 포기와 옥수수 잎새가 한층 달에 푸르게 젖었다. 산허리는 왼통 메밀밭이어서 피기 시작한 꽃이 소금을 뿌린 듯이 흐뭇한 달빛에 숨이 막혀 하얬었다. 붉은 대궁이 향기같이 애잔하고 나귀들의 걸음도 시원하다. 길이 좁은 까닭에 세 사람은 나귀를 타고 외줄로 늘어섰다. 방울 소리가 시원스럽게 딸랑딸랑 메밀밭께로 흘러간다." 「메밀꽃 필 무렵」

 

이 장면을 떠올리며 강원도 봉평을 찾았지만 사람들을 맞아준 것은 온통 옥수수뿐이었다. 메밀을 길러서는 수익이 나지 않은지 오래였기 때문에 메밀 대신 옥수수를 심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람들의 기대가 점점 이어지고, 마을 주민들과 지자체에서 그럼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이제 봉평을 방문하면 언제든 메일꽃을 볼 수 있고, 소설에 등장하는 물레방아도 재현해 두었다. 메밀의 수확량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꽃이 얼마나 오래 피어있느냐가 중요한 이슈가 된 것이다. 

봉평 메및밭 출처: 한국관광공사

 

이와 비슷한 사례는 외국에서도 흔히 볼 수 있다. 영국 런던에 가면 베이커 스트리트(Baker Street) 221B 번지에 셜록 홈즈 박물관이 있다. 박물관에 가면 셜록이 생전 사용했던 방과 물건들이 전시되어 있다. 하지만, 위 주소는 책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집 주소일 뿐 박물관에 전시된 모든 것들이 허구이다. 사람들이 허구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곳 박물관을 찾는 이유는 무엇일까? 

셜록 홈즈 박물관 (Wikimedia)

 

‘밤의 카페 테라스’라는 고흐의 그림이 유명해진 이후 프랑스 아를의 이 카페도 평범한 카페에서 특별한 장소로 변하기 시작했다. 고흐가 그림을 그릴 때의 카페 그대로의 모습을 유지하려고 외관을 꾸미고 있으며, '고흐의 샐러드'라는 새로운 메뉴를 판매하고 있다. 위는 고흐의 밤의 카페 테라스 그림, 아래는 그림의 모티브가 되었다고 알려진 카페.

고흐의 그림 '밤의 카페 테라스'와 실제 카페의 모습(출처:  https://www.vincentvangogh.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