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습목표: 식품의 생산, 유통, 소비과정을 조사함으로써 음식을 통한 생산자와 소비자, 상품, 장소의 연결성을 이해하고, 상품사슬을 조직하는 윤리적인 방식의 가능성과 한계를 파악한다.
진로: 사회과학교수, 문화상품기획자, 도시재생전문가, 유비쿼터스도시기획자, 도시계획가, 행정부 공무원, 경제분석가
핵심 아이디어
- 지역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은 지역을 만든다.
- 음식은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요 요소이다.
- 음식의 상품사슬을 역추적하는 방식을 통해 소비의 공간적 연결망을 이해하고, 상품의 생산과정의 노동, 환경, 산업 문제를 이해한다.
아래와 같이 수업을 구성할 수 있다.
1. '지역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은 지역을 만든다'
- 환경적, 경제적 요인으로 음식(문화)이 생겨난 사례를 이해한다.
- 음식 문화가 지역의 특성 및 고유한 경관을 형성한 사례를 이해한다.
2. 음식과 지역 정체성
- 음식이 지역의 정체성을 형성한 사례를 이해한다.
- 우리나라, 혹은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3. 음식의 '상품사슬' 추적하기
- 생산지의 위치와 특성: 생산(가공)된 곳은 어디인가? 왜 거기인가?
- 생산방식과 생산에 참여한 사람들: 어떻게 생산되었는가?(예, 기계화/자동화, 전통방식, 유기농 등), 누가 생산에 참여하였는가?(예, 외국인 노동자 등)
- 유통경로와 운송수단: 어떤 운송수단을 이용했는가? 어떤 경로를 통해 이동했는가? 물류의 이동경로
- 나는 어떻게 생각하는가?(예, 상품사슬을 알고 난 이후 상품에 대한 나의 생각은 바뀌었는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
고려사항
- 학습자가 관심있는 음식과 로컬의 환경을 중심으로 활동을 통해 수업을 구성한다.
1. 음식과 지역
지역(place)은 음식(food)을 만든다!
지역은 특정한 음식 문화를 형성하는 데 영향을 미친다. 기후와 지형, 경제적 조건과 같은 환경적·경제적 요인들은 특정한 식재료의 생산과 조리법을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 남부에서는 여름철 건조하고 겨울철 온난한 기후 덕분에 올리브 재배가 활발하며, 이로 인해 올리브 오일이 그 지역의 대표적인 식재료가 되었다. 한국에서는 겨울철 긴 저장 기간이 필요했던 환경적 요인으로 인해 김치가 발달하였으며, 이는 한국의 음식 문화와 생활방식에 중요한 영향을 주었다.

강원도 대관령의 황태덕장이 있다. 대관령은 겨울철 기온이 낮고 바람이 강하게 불며, 일교차가 커서 생선을 자연 건조하기에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러한 기후적 특성을 활용해 대관령에서는 명태를 겨울 동안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하며 건조하는 황태(黃太) 제조 방식이 발달하였다. 오늘날 대관령의 황태덕장은 단순한 생산지를 넘어, 겨울철 독특한 건조 풍경을 형성하며 지역의 대표적인 음식 문화와 경관의 일부가 되었다.

전라남도 신안군에는 우리나라 최대의 천일염 생산지가 있다. 신안군은 강한 일조량과 적당한 강수량으로 바닷물이 빠르게 증발할 수 있는 기후적 조건을 갖추고 있다. 또한, 넓고 평탄한 갯벌 지형이 염전 조성에 유리하며, 다도해 지역이라 외해의 강한 파도로부터 보호받을 수 있다. 서해의 높은 염분 농도와 큰 조수 간만의 차는 자연적인 해수 유입과 배출을 원활하게 하여 천일염 생산에 더욱 효율적이다

전라남도 담양은 온화한 기후 환경 덕분에 대나무가 잘 자라는 지역이며, 한국 최대의 대나무 자생지이기도 하다. 대나무는 영하 10도 이하로 내려가면 생육이 어려운데, 담양은 겨울철 기온이 비교적 온화하여 대나무가 지속적으로 번성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 이에 따라 대나무와 관련된 다양한 음식 문화가 발전했으며, 그중 대표적인 것이 죽통밥이다. 죽통밥은 대나무 통에 쌀과 각종 곡물을 넣어 찐 요리로, 대나무의 은은한 향이 밥에 배어 독특한 풍미를 자아낸다.
음식은 지역을 만든다!
음식은 지역을 형성하고 변화시키는 데 영향을 미친다. 특정한 음식이 널리 소비되고 생산되면서, 그 음식과 관련된 경관, 경제, 문화가 새롭게 형성되거나 기존의 지역적 특성이 재구성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 보르도 지역은 포도 재배와 와인 생산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와인의 도시’로 자리 잡았으며, 이는 지역의 경제뿐만 아니라 관광산업과 문화적 정체성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한국의 춘천에서는 닭갈비가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자리 잡으면서, 춘천 닭갈비 골목이 형성되었으며, 이는 관광객 유입과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전주 비빔밥은 본래 지역에서 자연스럽게 탄생한 전통 음식이라기보다는, 현대적인 마케팅과 도시 브랜딩을 통해 전주의 대표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은 사례다. 1960년대 한 요리 박람회에서 전주에서 출품한 비빔밥이 우승을 차지하면서, 비빔밥은 ‘전주의 대표 음식’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이후 지역 상인들과 정치인들은 이러한 이미지를 적극 활용하여 전주 비빔밥을 도시의 주요 정체성으로 만들었고, 현재 전주국제비빔밥축제가 열리는 등 관광 자원으로 활용되고 있다. 전주를 방문하는 관광객들은 한옥마을과 함께 전주 비빔밥을 반드시 먹어야 하는 음식으로 인식하며, 이에 따라 비빔밥 전문점이 곳곳에 생겨나고 음식 경관이 변화했다. 또한, 지역 농산물(콩나물, 황포묵, 한우 육회 등)이 비빔밥 재료로 활용되면서, 지역 경제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전주 비빔밥은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전주를 대표하는 하나의 문화적 요소가 되었으며, 도시를 방문하는 이들에게 ‘전통 한식 도시’라는 전주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의정부 부대찌개는 역사적 우연과 지역적 특성이 결합하여 탄생한 음식이다. 한국전쟁 이후 의정부에는 미군 부대가 주둔했으며, 미군이 소비하고 남긴 햄, 소시지, 베이크드빈 같은 가공식품들이 자연스럽게 지역 사회로 유입되었다. 한국인들은 이러한 식재료를 고추장과 함께 끓여 먹기 시작했으며, 이것이 지금의 부대찌개의 기원이 되었다. 과거에는 부대찌개가 전통적인 한국 음식으로 인식되지 않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의정부는 이를 활용해 ‘부대찌개의 도시’라는 브랜드를 구축했다. 과거 전쟁의 잔재로 인식되었던 음식이, 이제는 도시를 대표하는 음식으로 변화한 것이다. 현재 의정부에는 ‘부대찌개 거리’가 형성되어 있으며, 이곳에는 부대찌개 전문점들이 모여 있어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다. 또한, 지역의 시장에서도 부대찌개 재료를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음식이 지역 경제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오늘날 부대찌개는 단순한 음식이 아니라, 의정부를 대표하는 음식 문화이자 지역을 상징하는 경관 요소로 자리 잡았다.

과거 대전은 특별한 지역적 특색이 없다는 이유로 ‘노잼 도시’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빵의 도시’라는 새로운 정체성을 형성하며, 성심당을 중심으로 한 지역 브랜딩이 음식 문화를 변화시키고 있다. 성심당은 1956년 대전역 앞에서 작은 빵집으로 시작했지만, 이후 튀김소보로, 부추빵, 딸기 시루빵 등이 큰 인기를 얻으며 전국적으로 유명해졌다. 미디어를 통해 성심당이 소개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대전에서 성심당 빵을 맛보기 위해 방문하기 시작했고, 이제는 성심당이 대전의 대표적인 명소 중 하나가 되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대전시는 ‘빵의 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정체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전 빵 축제가 열리고 있으며, 성심당뿐만 아니라 대전 지역의 여러 빵집들이 함께 참여하면서 지역 경제 활성화에도 기여하고 있다. 또한, 성심당 주변에는 ‘성심당 거리’가 형성되었고, 빵을 테마로 한 관광 상품도 개발되면서 지역 경관까지 변화하고 있다.
학생활동 지역은 음식을 만들고, 음식은 지역을 만든다!
2. 음식과 지역 정체성
음식은 특정 장소의 정체성을 형성하는 중요한 요소이며, 동시에 특정 장소가 음식의 정체성을 만들기도 한다.
예를 들어, 프랑스의 와인은 특정 지역에서만 생산되는 독특한 와인 문화를 형성하고 있다. 특히 보르도와 부르고뉴 지역은 오랜 역사와 기후, 토양 등의 자연적 조건이 결합되어 세계적으로 유명한 와인을 생산하는 지역으로 자리 잡았다. 이탈리아의 나폴리는 피자의 본고장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 지역에서 탄생한 나폴리 피자는 오랜 역사와 전통적인 조리 기술이 결합된 음식 문화의 대표적인 사례이다. 한국의 전주는 비빔밥으로 유명한 도시로, 비빔밥은 단순한 지역 음식이 아니라 전주의 브랜드로 활용되며 도시의 정체성과 연결되고 있다.
지역에서는 계획적으로 혹은 노골적으로 음식을 매개로 지역 정체성을 구축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다. 김천시의 김천 김밥축제 사례는 이를 잘 보여준다. 김천시는 ‘김밥’이라는 전국적으로 친숙한 음식을 지역의 대표 상징으로 내세우면서도, ‘김천’ 하면 떠오르는 기존의 대중적 이미지(김밥천국)를 활용했다. 이는 단순한 음식 축제를 넘어, 지역의 정체성을 새롭게 형성하고 강화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다. 이러한 시도는 단순한 관광 자원 개발을 넘어 지역 브랜딩 전략의 일환으로 해석할 수 있다. 김천시는 김밥을 하나의 문화 콘텐츠로 승화시키고, MZ세대를 겨냥한 소셜미디어 홍보 전략을 활용함으로써 지역 인지도를 높이고자 했다. 김천김밥축제뿐만 아니라 전주의 비빔밥, 춘천의 닭갈비, 순천의 꼬막정식 등도 지역 정체성을 형성하고 홍보하는 데 적극 활용되고 있다. 이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관광객 유치뿐만 아니라, 지역 주민들에게도 자부심을 심어주는 역할을 한다.
지역과 음식은 밀접한 관계를 가지며, 때로는 특정 음식이 그 지역의 정체성을 대표하기도 한다. 아래 영상을 확인해 보자. (2:45-11:00 사이)
그렇다면, 우리 지역을 대표하는 음식은 무엇일까?
한국인에게 '당신의 소울푸드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라면이나 치킨이라고 답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외국인들은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을 뭐라 생각할까?

[학생활동] National Food "스팸마요는 한국음식인가?" 바로가기
3. 음식에 질문 던지기
"내 아침 식사는 어디서 왔을까?"
유명한 지리학자 데이비드 하비(David Harvey)는 그의 학생들에게 아침식사의 내용물들이 어디에서 왔을지 추적해 볼 것을 권장했다. 이 활동을 통해 하비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바라보는 상품들이 어떻게 생산되는지를 감출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자 한 것이다. 예를 들어, 상품이라는 베일(veil)은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착취적인 노동관계나 환경파괴를 숨기고, 바라보지 못하게 한다는 것이다. 당신의 음식은 어디에서 오는가? 이 질문에 대한 간단한 답은 곡물이나 가축을 기르는 농장이나 생선을 잡는 곳이 되겠지만, 이들이 소비자에게 도착하기까지 생산자 뿐 아니라 중계인, 가공업자, 도매상, 소매상 등 복잡한 공급사슬(supply chain)을 거쳐야 한다. 이것이 바로 음식을 연구하는 지리학자들이 식품의 생산, 분배, 소비의 연결을 설명하는 공급사슬 혹은 상품사슬(commodity chain)을 활용하는 이유이다.
[학생활동] "내 아침 식사는 어디에서 오는가?" 바로가기
참고자료
정은정, 2014, 대한민국 치킨전, 따비.
남원상, 2023, 맛집에서 만난 지리수업, 서해문집.
인사이트, 2013, 김치말이 국수 유투버 기사
연합뉴스, 2023, 안동찜닭이 살려낸 전통시장.
제주일보, 2021, 돼지 적정 사육 규모는 몇 마리일까?
[동영상] 대규모 양계농장의 모습
[동영상] 닭을 빨리 살찌우기 위해서 4시간에 한번씩 하는 일 [치킨의 일생]
[중앙일보, 2020.12.27] 배달이 상권 바꿨다.
[byline network, 2020.12.20] 배달의민족의 인공지능 배차는 어떻게 작동하나?
[중앙일보, 2019.8.30] 전국 치킨 인기 지도…지역별 최고 브랜드는?
'2단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자료] 상상의 지리 - 기대가 장소를 바꾸기도 한다! (0) | 2024.03.16 |
---|---|
[자료] 식품의 포장지를 분석해 봅시다. (0) | 2024.03.16 |
[학생활동] 내 아침식사는 어디에서 오는가? (0) | 2024.03.06 |
한지탐 [02-02] 핫플레이스! (0) | 2022.12.13 |
한지탐 [02-03] 배달이 바꾸는 세상 (0) | 2022.12.13 |